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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유산

암호화폐 지갑, 사망 후 상속은 가능할까?

1. 암호화폐란 무엇이며 왜 상속이 문제인가?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생성된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이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이 있으며, 국내외 거래소에서 실물 자산처럼 사고팔 수 있다. 법적으로는 '화폐'로 간주하진 않지만, 많은 국가에서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기타 자산'**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암호화폐는 사람이 사망한 이후 상속이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암호화폐의 특성상 상속이 매우 어렵고, 복잡한 절차와 기술적 장벽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암호화폐는 일반적인 금융계좌나 부동산과 달리 은행이나 중앙기관에 등록된 정보가 아니라, 개인 지갑에 비공개키(Private Key)로 접근해야 하는 구조다. 이 비공개 키가 사망과 함께 사라진다면, 해당 자산은 누구도 되찾을 수 없다. 즉, 상속 자체는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자산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암호화폐 지갑, 사망 후 상속은 가능할까?

 

 

2. 암호화폐 상속의 법적 기준과 실제 판례
대한민국 민법에서는 금전, 동산, 부동산, 권리 등 상속할 수 있는 자산의 범위에 ‘암호화폐’도 포함된다고 해석되고 있다. 2021년 국세청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를 ‘상속세 및 증여세 과세 대상’**이라고 명시하며, 실제로 상속 재산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의 한 부동산 사업가가 보유하던 10억 원 상당의 이더리움이 상속 대상이 되었지만, 비공개 키가 유족에게 전달되지 않아 상속세는 냈지만 자산은 복구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이는 암호화폐가 상속 대상이라는 점은 인정되었지만, 실질적인 ‘이전’이 불가능하면 실익이 없는 상속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는 Coinbase, Binance 등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상속 절차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유언장 및 생전 관리 계약(Trust)에 지갑 주소 및 비밀번호 정보를 명시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이와 관련한 표준화된 지침이나 법적 보호장치가 미비한 실정이다.

 

3. 암호화폐 상속을 위한 실질적 준비 방법
암호화폐를 상속하고 싶다면, 생전에 몇 가지 구체적인 준비가 필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공개 키와 지갑 주소를 유족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이 활용된다:

암호화폐 유언장 작성: 공증된 유언장 또는 디지털 유언장에 지갑 주소, 접근 절차, 보관 장소를 명시한다. 단순히 “비트코인 2개를 누구에게 상속한다”고 명시하는 것만으로는 무의미하다. 접근 방법이 함께 포함되어야 효력이 있다.

보안 매니저 사용: 1 Password, Bitwarden, Keepass 등의 암호관리 앱에 모든 지갑 정보를 저장한 후, 해당 관리자 계정 정보는 오프라인으로 보관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가족에게 전달한다.

법률 서비스 이용: 최근에는 디지털 자산 상속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도 생겨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상속 계획을 생전부터 수립하고, 법적으로 강제력 있는 계약서를 통해 상속을 준비할 수 있게 돕는다.

하드웨어 지갑(Hardware Wallet): Ledger, Trezor와 같은 하드웨어 지갑을 활용해 암호화폐를 오프라인으로 보관하고, 해당 지갑의 PIN과 복구 시드(seed phrase)를 메모하거나 금고에 보관해 유족에게 남기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단, 모든 경우에 있어 보안과 신뢰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키 정보를 너무 쉽게 공개하면 도난 위험이 생기고, 너무 숨기면 상속 불능 상태가 된다.

 

 

4. 제도적 공백과 향후 법제화 전망
암호화폐 상속은 현재의 법률과 시스템 사이에서 공백이 많은 영역이다. 정부 차원의 디지털 자산 보호 또는 상속 관련 법안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각각 암호화폐의 제도화를 위한 입법을 준비 중이다.

2024년 말부터는 ‘디지털 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과 함께,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록을 마친 거래소 중심으로 상속 관련 기능이 조금씩 도입될 전망이다. 즉, 거래소에 등록된 암호화폐는 추후 유족 인증을 거쳐 이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개인 지갑(메타마스크, 코인베이스 월렛 등)은 여전히 자율 보관 영역이므로, 준비가 없는 상속은 여전히 위험하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라면 반드시 다음을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자산 관리 계획을 생전부터 세울 것
-공식 유언장 또는 법률 서비스 이용을 통해 정보 이전 계획을 명시할 것
-지갑 접근 정보를 실명화하고 암호화해 보관할 것

상속은 단순히 "누가 물려받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그 자산을 사용할 수 있느냐”는 기술적·법적 준비가 필수적인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