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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유산

사망 후 포인트와 마일리지, 가족이 쓸 수 있을까?

1. 소멸될까, 상속될까? 디지털 포인트의 법적 지위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보유한 포인트나 마일리지는 단순한 할인 수단을 넘어서는 사실상의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신용카드사의 포인트, 항공 마일리지, 멤버십 적립금, 커피숍이나 편의점 포인트까지, 사망 당시 수십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보유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디지털 형태의 자산은 사망 시 상속이 가능한가?

우리나라 민법상, 상속은 사망과 동시에 개시되며 피상속인의 권리와 의무는 상속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민법 제1005조). 원칙적으로 보면 포인트 역시 금전적 가치가 있는 권리이므로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이러한 해석이 쉽게 적용되지 않는다. 이유는 각 포인트 제공 업체가 제시한 '이용약관'의 조항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회원 개인에게만 포인트를 귀속시키며, 사망 시 자동 소멸된다고 명시한다. 실제로 일부 항공사, 카드사, 통신사는 “회원 사망 시 모든 권리는 종료된다”고 못 박고 있어, 유족이 사용하려면 별도의 절차가 요구되거나,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결국 디지털 포인트는 법적으로는 상속할 수 있는 자산이지만, 현실에서는 각사의 약관이 이를 제한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유족 입장에서는 사망자의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이 제한되거나 몰수당하는 억울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괴리는 법적 해석과 기업 약관 간의 충돌로부터 비롯된 문제로,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

사망 후 포인트와 마일리지, 가족이 쓸 수 있을까?


2. 항공사 마일리지와 카드 포인트: 상속 가능 여부의 현실
실제 사례를 통해 포인트 상속의 가능성을 살펴보자. 대표적으로 항공사 마일리지를 보면, 대한항공의 경우 사망자의 마일리지를 가족회원에게 한 번에 한해 이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 상속을 원할 경우 가족관계증명서, 사망진단서, 상속 포기 동의서 등 복잡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신청 기한도 사망 후 6개월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가족관계 증빙 외에 ‘단순 상속 목적’으로는 마일리지 양도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신용카드 포인트는 더 복잡하다. 현대카드,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대부분 회원 사망 시 포인트 자동 소멸 조항을 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즉, 유족이 아무리 정당한 권리를 주장해도 해당 포인트는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포인트가 상당한 금액에 이를지라도, 이를 **상속재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계약 해지에 따른 권리 소멸’**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는 유족의 법적 권리보다 플랫폼의 자율 운영을 우선시한 결과다.

예외적으로 일부 유통 플랫폼이나 온라인 쇼핑몰(예: SSG, 네이버페이 등)은 고객센터를 통해 유족의 요청에 따라 포인트를 환급하거나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망자의 명확한 유언 또는 계정 접근 권한이 있어야 가능하며, 모든 포인트에 일괄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마일리지나 포인트가 실질적인 자산임에도 기업의 운영 방침에 따라 대부분 소멸되는 현실은 제도적 검토가 필요한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상속인의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선 ‘디지털 포인트에 대한 별도 입법’ 또는 ‘약관 상속 가능 조항의 강제화’가 요구된다.


3. 해외 사례와 입법 동향: 소비자 보호 중심의 전환
해외에서는 포인트와 마일리지의 상속 문제에 대해 보다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항공사별로 상속 절차가 다양하긴 하지만, 사망자의 유언 또는 신탁계약이 존재하면 유족에게 마일리지를 이전해 주는 서비스가 정착되어 있다. 특히 아메리칸항공이나 델타항공 등은 신탁 관리인을 통해 계정 접근과 마일리지 이전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디지털 자산 접근법(Uniform 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과 연계되어, 유족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럽 역시 디지털 자산을 포함한 소비자 권리 보호에 적극적이다. 독일은 디지털 유산 판례 이후, 포인트도 상속 자산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기업은 이를 약관에 명확히 반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일본은 신용카드사 및 항공사에 대해 사망자 마일리지와 포인트의 소멸 조항을 삭제하거나 상속 절차를 명시할 것을 지침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명확한 관련 법령은 없지만, 2023년 소비자보호원은 **“디지털 자산도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경우 상속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통해 입법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일부 국회의원들이 디지털 포인트 상속을 명시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 계류 중이다. 향후 제도화가 이루어진다면, 사망자의 디지털 포인트는 단순히 소멸되지 않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 유족에게 귀속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4. 유족을 위한 준비: 포인트 상속을 위한 실질적 가이드
포인트와 마일리지의 상속은 법적·제도적 논의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사전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포인트가 많은 플랫폼이나 항공사 계정은 생전 정리 루틴에 포함시켜야 한다. 마일리지가 많이 쌓여 있는 항공사나, 포인트 적립이 큰 카드사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상속 정책과 유족 절차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둘째, 비밀번호 관리 앱(예: 1 Password, Bit warden) 등을 활용해 중요한 계정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사망 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열람 권한을 넘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유언장이나 일반 유언장을 작성할 때 주요 포인트 계정과 마일리지 정보를 함께 명시해 두면, 유족이 접근권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셋째, 가족 공유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항공사나 일부 쇼핑 플랫폼에서는 가족 회원제를 통해 포인트를 공유하거나 합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망 시 포인트 이전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 밖에도 사망 신고 전 계정에 남은 포인트를 선제적으로 확인 및 활용하는 루틴을 마련하는 것도 현실적인 전략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디지털 자산으로서의 포인트를 ‘실제 유산’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습관이다. 디지털 시대의 상속은 단지 부동산과 예금에 그치지 않으며, 소액 포인트조차 누적되면 충분한 재산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디지털 유산 정리의 일환으로 포인트·마일리지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유족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