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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유산

은행 계좌와는 다른 디지털 지갑의 상속 문제

 

1. 은행 계좌와 디지털 지갑의 본질적 차이
전통적인 은행 계좌는 금융기관이 중앙에서 관리하고, 예금자 사망 시 상속인은 법원의 상속인 증명서와 사망진단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여 계좌 접근 권한을 확보할 수 있다. 

 

즉,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 상속 과정이 일정한 절차를 통해 진행된다. 

 

그러나 디지털 지갑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운영되며, 개인이 직접 ‘개인 키(private key)’를 보관하고 있어 제삼자가 임의로 접근하거나 관리할 수 없다. 이는 곧 **“법적 권리와 기술적 접근성의 불일치”**라는 문제를 낳는다. 

 

상속인이 법적으로 상속 권리를 인정받더라도, 실제로 디지털 지갑의 개인 키를 확보하지 못하면 자산에 접근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디지털 지갑은 은행 계좌와 달리 상속인의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며, 사전에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산이 영구히 동결될 위험이 있다.

은행 계좌와는 다른 디지털 지갑의 상속 문제



2. 법적 관점에서의 디지털 지갑 상속 문제
우리 민법은 가상자산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로 간주할 수 있으며, 이는 원칙적으로 상속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디지털 지갑은 중앙 관리 기관이 존재하지 않아 법원의 상속 명령만으로 자산 이전이 불가능하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보관된 자산이라면, 거래소의 내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상속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국내 일부 거래소는 상속인이 사망 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상속 절차를 진행한다.

 

하지만 개인 지갑(하드월렛, 핫월렛 등)에 보관된 자산은 사망자가 개인 키를 남기지 않았다면 사실상 상속이 불가능하다.

이는 법적 권리와 기술적 접근성 사이의 ‘괴리’ 문제를 보여준다. 현재 국내외 입법 논의에서도 디지털 지갑에 대한 명확한 상속 규정은 미비하며, 일부 국가는 가상자산 상속을 위한 별도의 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나 여전히 표준화된 법적 체계가 부재하다.

 

결국 법적 권리는 인정되지만, 실제 상속 집행 과정에서 큰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 디지털 지갑의 특수성이다.

 

3. 상속인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과 갈등
디지털 지갑의 상속 문제는 유족에게 다양한 어려움을 안겨준다.

 

첫째, 접근성의 문제다. 상속인이 개인 키나 복구 구문(seed phrase)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십억 원의 자산이더라도 접근할 방법이 없다.

 

둘째, 법적 절차와 기술적 한계의 충돌이다. 법적으로 상속 권리가 인정되어도, 거래소나 네트워크가 이를 기술적으로 실행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셋째, 가족 간 갈등이다. 일부 가족이 지갑 접근 권한을 알고 있는 경우, 나머지 가족과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고인의 비트코인을 특정 상속인이 임의로 이전하여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넷째, 세금 문제다. 한국은 가상자산 상속세 과세 방안을 논의 중인데, 만약 상속인이 지갑 접근에 실패해도 세법상 가치는 여전히 과세 대상으로 산정될 수 있어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디지털 지갑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법률·기술·세무·가족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영역임을 보여준다.

 

4. 디지털 지갑 상속을 위한 대비책과 해결 방안
디지털 지갑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개인은 생전에 자신의 디지털 지갑 정보(거래소 계정, 개인 키, 복구 구문 등)를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록해 두어야 한다. 다만 보안 위험을 고려해 공증 문서나 변호사·신탁 기관을 통해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법률적으로는 유언장에 디지털 지갑 상속 관련 조항을 명확히 포함하는 방법이 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지갑 접근 권한을 확보할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으로는 가상자산 상속 관련 법제 정비가 시급하다. 금융기관처럼 거래소에 일정 부분 ‘상속 의무’를 부과하거나, 법원이 강제로 이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넷째, 상속인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대비할 수 있도록 디지털 유산 관리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일부 글로벌 기업은 사망 후 특정 계정을 지정된 사람에게 이전해 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러한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결국 디지털 지갑의 상속 문제는 개인의 보안 습관과 국가적 법제 정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해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