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전의 데이터, 죽은 뒤에도 존재할까?
AI가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지금, 우리는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수많은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 스마트폰에 남겨진 위치 기록, 음성 명령,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과 영상, 이메일, 메신저 대화, 검색 기록 등은 우리가 사망한 이후에도 인터넷상에 계속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AI 기반 플랫폼은 사용자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분석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단순히 저장되는 것을 넘어, 알고리즘에 학습되며 "인격적 특성"을 반영한 AI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 우리가 죽은 뒤에도, AI는 우리의 데이터로 우리를 흉내 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이후 미국, 중국, 영국 등에서는 사망자의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채팅봇’, ‘AI 음성 재현’, ‘가상현실 속 부활’ 같은 기술이 시도되며 논란이 되었다. 생전에 남긴 말투, 생각, 감정 표현이 그대로 재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기술은 인간의 존재가 죽음 이후에도 디지털 형태로 ‘지속’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2. 인공지능은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AI가 작동하기 위해선 막대한 양의 개인 데이터 학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이미 사망한 사람의 게시글, 영상, SNS 기록 등이 활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튜브나 페이스북, 블로그에 남긴 영상과 글들은 공개 범위가 유지되는 한, 자동으로 크롤링 되어 학습 데이터로 편입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생성형 AI 기술(ChatGPT, Claude, Gemini 등)**은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처럼 대화하거나 창작물을 생성한다. 이때 사망자의 발언이나 감정, 세계관이 반영된 자료가 모델 안에 존재할 수 있다. 일부 스타트업은 아예 “사망자와 대화할 수 있는 AI 채팅 서비스”를 상품화하기도 했다.
예시로 Replika, Project December 같은 AI는 유족이 사망자의 메시지 기록을 제공하면, 해당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죽은 이의 말투와 사고방식”을 구현한다. 한편에서는 이를 치유와 추억의 기술이라 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프라이버시 침해, 인격권의 왜곡으로 강하게 비판한다.
데이터가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기술이 상용화됨에 따라, 사망자의 데이터 활용 윤리와 법적 보호 기준은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3. 한국은 사망자 데이터 보호가 가능한가?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은 생존하는 개인의 정보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원칙적으로 사망한 사람의 개인정보는 보호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SNS, 이메일, 클라우드 등 다양한 플랫폼에 남아 있는 사망자의 데이터는 가족이나 제3자가 무단으로 접근하거나 열람할 위험이 있다.
특히 AI가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학습에 활용하는 경우, 사망자의 명예·사생활·인격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은 사망자의 데이터에 대해 명확한 보호 기준이나 권리 주체 설정이 되어 있지 않다.
일부 판례나 논의에서는 “유족에게 사망자 데이터의 일정 권리를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명확한 입법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의 **GDPR(일반 개인정보보호법)**은 사망자 데이터도 보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며, 일부 국가는 관련 법을 따로 제정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사망자의 데이터가 AI 학습에 활용되거나, 타인이 임의로 열람해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는 사후 디지털 권리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입법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4. 생전에 준비하는 ‘디지털 자서전’, 데이터의 주권을 되찾자
AI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보호 수단은 바로 **‘사전 준비’**다. 자신의 데이터가 사망 이후 어떻게 활용되길 원하는지를 명시하는 디지털 유언장이나 데이터 관리 지침서를 작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1) "사망 후 내 음성 데이터를 AI에 활용하지 말 것"
2) "SNS와 이메일을 일정 기간 뒤 삭제할 것"
3) "디지털 유산 목록과 관리 권한을 특정인에게 위임"
4) "사진·영상의 공개 범위를 제한할 것"
등의 구체적 내용을 문서로 남기면, 유족과 플랫폼이 데이터를 적절히 정리·삭제하거나 보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후 계정 관리자’, ‘1 Password 비상 연락처 기능’, ‘디지털 유언장 공증’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나아가 정부와 기업은 사망자 데이터에 대한 법적 정의와 권리 체계를 수립하고, AI 기업은 데이터 수집·활용에 대한 명확한 동의 절차와 알림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죽음으로 존재가 끝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로 살아남는 우리의 흔적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엄성의 문제다. 그리고 그 책임은 생전에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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